서구 시소센터 ‘마을라디오 랩’ 본격 운영
고등학생 15명 참여, 직접 기획·제작·방송 운영

전남고등학교 2학년 오승재 군은 지난 21일부터 ‘라디오’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1학년부터 학교 방송부에 들어 활동을 해왔는데, ‘학교 방송국’에선 할 수 없는 또다른 ‘라디오 방송’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라디오를 공부하기 위해 오승재 군이 찾아가는 곳은 서구 청소년문화의집 ‘시소센터(서구 치평동 1166-8)’.

이곳에서 오 군은 다른 학교에서 온 친구들과 만나 방송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법 등을 배우며 자신이 만든 방송을 친구, 가족들에 들려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시소센터는 올해 서구 방과후학교 ‘집(Zip) 프로젝트’로 마을라디오랩을 운영한다.

청소년들이 직접 라디오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은 물론 실제 라디오방송국을 운영해보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시소센터는 마을주민들과 함께 ‘마을미디오’를 시도할 구상을 해왔다.

▲“청소년을 마을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러던 차 서구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서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마을라디오를 먼저 시도하게 된 것이다.

시소센터 김유리 사무국장은 “마을이 청소년을 돌보고, 청소년이 마을과 성장하며 마을 안에서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 시소센터가 지향하는 바다”며 “주변 마을과 함께하는 마을미디어를 고민하던 중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활용해 청소년들과 먼저 이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3월 초 서구 17~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참여자를 모집해, 15명이 모였다.

청소년들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라디오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법, 실제 방송하는 법 등을 배우게 된다.

라디오 방송 관련 장비를 다루는 법은 물론, 앞으로 팟캐스트를 통해 청소년들이 직접 방송을 업로드하고, 유통하는 것까지 진행하게 된다.

김 사무국장은 “프로그램 내용은 실습 위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28일 라디오 방송 기획·구성 등에 대한 이론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은 다음달 초부터 바로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녹음 체험을 해보고, 직접 라디오 방송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에 들어간다.

김 사무국장은 “콘텐츠 소비자에 머물렀던 청소년들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는 경험을 해본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해 내는 능력이나 자신 주변이나 삶의 공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기대하는 효과다”고 강조했다.

▲“학교엔 없는 경험 가득, 마을과 성장하는 계기”

장래희망이 반드시 아나운서나 PD, 기자가 아니더라도 학교 안에선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무엇보다 하루 반나절을 학교 안에만 머물던 청소년들이 수요일마다 시소센터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오승재 군은 “매주 수요일 시소센터에 올 때 설레면서 온다”며 “학교에서 탈출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열심히 교육을 받아 친구나 후배들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는 방송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마을라디오랩은 6월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시소센터는 공개방송을 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6월 말 ‘집 프로젝트’ 공동결과 발표회를 끝으로 1학기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면 7~8월 중 2학기 프로그램 참여자를 다시 모집할 예정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